서른 즈음에 나 같은 사람들은 고등학생들을 보고 말한다.
그래도 그 때가 제일 좋은거야.
고등학생 때의 나는,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너희들이 뭘 알아?
지금의 나도 그 때와 생각은 다르지 않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타인을 이해할 수 없고, 그 때의 나에 비교해 지금의 누군가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거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일 때와 어른의 지금을 비교해보자면, 그래도 그 때가 조금 나은 것 같기는 하다.
성인이 되기 이전에는,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어렸을 때 즐기던 수많은 액션 롤플레잉 게임들처럼, 일정한 간격마다 Goal이 존재한다. 더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더 좋은 점수를 맞고, 최종적으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이런 일련의 가시적인 성과들이 게임의 스테이지 끝판대장들처럼 늘어서 있고, 우리는 그것에 도전하여 좋든 싫든 어떠한 결과들을 만들어낸다. 그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 역시 즉각적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이루어지며, 대개의 것들은 일정한 시기가 정해져있다.
일정한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말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도전해야만 하고, 그 결과가 공개된다는 뜻이다. 모든 일은 벌어지면 어떻게든 수습이 되게끔 되어 있고, 우리는 공인된 성적표처럼 어느 정도의 사회적인 평가를 받은 채 학창시절을 마치고 성인이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려움에 떨어 그 도전조차 자꾸만 미루고 사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그 나름의 삶 속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세상은 냉혹하며, 집단이 돌아가는 원리는 개개인을 결코 배려하지 않는다. 누구나 노력한만큼의 결과를 보상받지는 못하며, 그 노력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설령 헛되지 않았더라도 그 노력을 상쇄하는, 개인의 힘으로는 변화시킬 수 없는 요소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평가 역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체벌도 차별도 없지만, 인생에 필요한 다음의 단계를 준비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남들이 가진 것들을 갖지 못한 자의 설움을 배워가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자위하기 어려워진다. 어느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그 사람과 어울리려 하는 사람들의 계층이 제한되기 시작하며, 그럴수록 사회 안에서 나의 위치를 확장하기는 어려워진다.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듣기 시작한다. 사람은 참 좋은데 말이야......
그래서. 어른은 조금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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